끄적이기/일상 에세이

들기름막국수 그리고 다름

심찬 2021. 1. 20. 16:16

날이 좋은 주말이다.

아내와 4살 딸 아이와 함께 용인의 예쁜 카페를 가기로 했다. 예쁜 카페가 주목적이었으나 점심식사를 해야하기에 용인 주변 맛집을 검색했다. 우연히 매일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다는 막국수집을 알게 되었다. 들기름막국수와 비빔국수 그리고 보쌈을 파는 식당이다.

기대 이상이었다. 단촐한 메뉴에 깔끔한 인테리어, 주인이 직접 손님을 안내한다. 손님 맞이부터 체계적이다. 손님이 대접받는 느낌이 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한다. 대접받는 느낌은 손님을 기분 좋게 한다.

 

음식 또한 훌륭했다. 들기름막국수는 평양냉면과 비슷한 특유의 담백함을 담았으면서도 고소함이 일품이었다. 비빔국수도 강하지 않은 매운맛이 조화로워 계속 끌리는 맛이었다. 보쌈은 양이 적긴했지만 매우 부드럽고 잡내가 없어 고급스러웠다. 백김치 반찬은 메뉴와 적절히 조화를 이루었다. 프리미엄 막국수의 향이 물씬 풍기며 왜 사람들이 그토록 줄을 서서 기다려 먹는지 이해가 되는 맛이었다. 쌀쌀한 날씨에 약 1시간을 기다려 먹었으나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아내는 나의 생각과는 정말 달랐다. 1시간 정도 기다려 먹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맛이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렇게 힘들게 먹을 정도는 아니라며 살짝의 투정이 묻어났다. 딸 아이를 위해 어린이국수를 주문했으나 아이는 메밀면의 감촉이 입맛에 맞지 않는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이는 국물과 백김치 한 조각만 먹고 더이상 먹지 않았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기다리고 같은 음식을 먹었다. 같은 공간 같은 음식을 먹고도 생각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부터 생겨난걸까. 그냥 그럴 수 있다는 결론을 짓기에는 뭔가 께름칙하다. 나는 이 글에 이런 결론을 내고 싶다.

바로 "다름"이다.

우리 모두는 다르다. 이 다름을 인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경험에 대한 개인의 생각, 맛에 대한 개인의 평가가 모두 다르다. 이 작은 점심 식사 하나에도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갖는데 다른 것들은 오죽 하겠나 싶다. 이 음식에 만족하지 못하는 아내에 대해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나의 생각만을 고집한 것이다. 

또 한번 들기름막국수 먹으러 용인에 가고 싶으나 아마 다음에 방문하기는 힘들 듯 싶다. 아직도 나는 그 다름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들기름막국수가 정말 맛있었거든. 


- 모든 것은 사람 마음 먹기에 달렸다
- 맛집에 줄을 선다고 모든 사람에게 맛있는 건 아니다
- 맛있는 음식의 기준은 사람마다 정말 다르다
-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기대가 올라간다

 


2020.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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