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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기/일상 에세이

책을 무료로 받는 방법

by 심찬 2019.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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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책을 몇 권 읽나요? 이런 물음에 뭔가 멋져 보이게 "1년에 100권 정도 읽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 책을 읽기 시작했고 지금 꾸준히 그렇게 하고 있다. 

 

초등 학교 5학년 즈음이었나. 크리스마스 이브, 아빠가 몰래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 한 권을 머리맡에 놓아 주셨다. 산타 할아버지는 존재하지 않음을 이미 깨우쳤고 아빠가 사온 책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행복했다. 책 선물에 기분이 좋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그리고 그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지금은 아쉽게도 그 책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책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책의 따스함을 기억한다.

 

그 책의 따스함 때문에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이상하게도 책을 사고 싶었다.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책을 구매하고 소장하고 싶었다. 어린 나이에 책 한 권은 꽤 비쌌기 때문에 부모님께 책을 사달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었다. 우리 집은 찢어지게 가난하지는 않지만 사고 싶은 책을 여유롭게 살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다. 근처에는 도서관이 없었고 돈을 내고 빌려 볼 수 있는 작은 책방이 있었다. 책 한 권에 오백원 정도를 지불하면 일주일정도 빌려볼 수 있는 대여책방이었다. 그런데 그 오백원도 나에게는 사실 큰 돈이었고 자주 빌려보기엔 부담스러웠다. 또 한 가지, 나는 빌려보는 것이 아닌 책을 구매해서 소유하고 싶었다는 소유욕이 있었다는 것을 명심하자.

 

시간이 흘러 이제 돈을 버는 직장인이 되었다. 서점에서 여유롭게 책을 보고 한 두권씩 구매했다. 그러나 책을 많이 읽고 소장하고 싶은 나의 욕망을 해소하기는 힘들었다. 돈을 많이 쓰기엔 타지 생활을 하는 사회 초년생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 상당했다. 월세, 생활비, 대출이자까지 책 구매는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우연히 신입의 때를 벗고 살짝 여유가 생기던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쯤 우연히 서평 이벤트 카페를 알게 되었다. 서평 이벤트에 신청하고 선정되면 책을 무료로 받아서 2주 기한 내에 서평을 쓰면 된다. 책은 내가 소장할 수 있고 단지 서평만 올리면 되는 것이다. 출판사 마케팅의 일환으로 서평만 쓰면 부담없이 책을 소장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신문물을 만난 듯 눈이 뒤집혀 졌다.

 

생각보다 서평 이벤트에 당첨이 잘 되었다. 나는 책을 빨리 읽는 편이 아니었기에 처음에는 책을 기한 내에 읽는 것조차 힘들었다. 읽어야 할 책이 쌓여갔다. 서평 쓰기도 나름 고심해서 느낀바를 충실히 쓰려했다. 서평을 쓰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나름의 성취감도 생기고 재미있었다. 서평을 고심해서 쓰긴 했지만 그 당시 서평을 보면 그냥 줄거리를 나열한 정도다. 줄거리를 최대한 쓰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지금도 쉽지 않다.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서평 이벤트를 해보라고 권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서평 이벤트를 권해서 실제로 서평 이벤트에 참여해 서평을 쓴 사람은 단 한 명 뿐이다. 최근에 다시 서평 이벤트를 하고 있는지 물어봤는데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책을 기한 내에 읽고 서평을 쓰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탓이다. 물론 서평을 쓴다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고 귀찮다. 다른 사람이 내가 쓴 글을 본다는 것도 창피했다. 그런데 고민할 필요가 없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내 글을 잘 읽지 않는다. 읽어달라고 부탁을 해도 잘 읽지 않는다.

 

어린 시절 돈이 없어 책을 구매하지 못한 나의 욕망을 이 서평 이벤트가 풀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충분한 경제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책을 구매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어린 시절의 자아가 아직 내 안에서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출판사로부터 혜택만 받고 사는 것 같은 미안한 마음 때문이랄까. 그래서 내 돈을 내고 책을 구매하고자 했다. 그런데 생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우수 서평이라며 문화 상품권을 준다. 이달의 리뷰어로 내 서평이 선정되면서 책을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가 들어온다. 내 돈을 내고 책을 사기가 더 어려워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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