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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기/일상 에세이

한 달 휴가

by 심찬 2019.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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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종종 스웨덴, 폴란드 등 유럽 국가 동료들의 휴가 혹은 육아휴직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들은 우리와 별 다르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살고 있는 나라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연봉과 다른 휴가의 법칙이 적용된다. 보통 그들은 한 달정도 여름 휴가를 가거나 반년에서 1년 정도의 육아 휴직을 가는 경우를 꽤 많이 본다. 물론 1년 육아 휴직은 남자 기준에서다. 우리 회사 여직원의 경우 법적 보호로 1년 3개월의 육아 휴직을 정당하게 사용한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인식 탓에 우리 회사의 직원들도 한 번에 2주 정도의 휴가를 사용하기도 하고, 남자임에도 3개월 정도의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국내의 다른 회사에 비해 많이 나은 편이며 외국계 회사의 이점 혹은 우리 회사의 장점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외국 동료들과 우리를 비교할 때마다 우리 한국이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저 기분탓일까?

비교의 대상을 정할 때 우리는 우리보다 못한 조직에 빗대어 '우리는 그나마 낫지'라며 스스로 위안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외국의 실제 사례를 목격하며 '우리는 왜 아직 이정도인가'라며 자조 섞인 푸념이 늘곤 한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행복의 기준이 달라진다는 흔하디 흔한 에세이의 위로가 이 순간만큼은 전혀 와닿지 않는다. 나도 한달 휴가 가고 싶거든. 나는 그들의 휴가 일정이 전혀 궁금하지 않으나 자동으로 답메일이 오는 메일 시스템이 눈치없이 휴가 일정을 보내온다.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들의 휴가 일정을 알아버린다. 모르는게 약이란 말이 이럴 때 쓰는 건가 보다.

선배 사원들은 말한다. 젊은 사람들은 스웨덴으로 이직을 할 수 있기에 기회가 있다고. 한국에서 살아온지 삼십년이 넘었으며 가족이 이미 있고 외국으로의 여행은 좋아하지만 이민은 극렬히 반대하는 아내의 반대가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나에게 외국 진출은 어쩌면 정말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스웨덴에서 나를 뽑느냐 마느냐는 이 글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 종종 외국으로 이직한 한국 동료 직원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 외국 생활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한 아내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인이 생겨나는 남편의 입장과는 달리 아내의 입장에서는 지인 하나 없는 타국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철저히 외톨이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이를 이겨내기란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다.

결국 이런 저런 의미없는 고민끝에 한국에서 타협하며 적응해 살아가는 방법 말고는 딱히 다른 방향이 생각나지 않는다. 주변에는 연봉을 높이기 위해 이직하는 동료도 있고 나처럼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동료도 있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고, 그저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이도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 누구도 정답이 무어라고 말할 수 없다. 

위로가 되는 한 가지가 있다고 한다면 폴란드는 유럽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GDP가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물론 한국 GDP가 더 높다. 그들은 한국으로 출장을 오고 싶어 한다. 연봉 수준도 한국이 훨씬 높아 실제 한국으로 이직해 온 직원도 있다. 그들에게는 한국이 선망의 대상이 됨을 볼 때 한국의 위상이 그리 낮지 않음에 스스로 위안 삼는다. 위안이 되는 듯하면서도 한 달 휴가를 떠나는 그들이 부러운 마음은 어찌할 수가 없다.

출근 길 가산의 하늘, 비온 다음 날 + 맑은 공기 + 구름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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