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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기/일상 에세이

책을 추천한다는 것

by 심찬 2019.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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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기 시작하면서 주변에서 부쩍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곤 한다. 책을 많이 읽기 시작한지 5년 정도 되었고 1년에 100권 정도의 책을 읽긴 하지만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 못 읽은 책이 훨씬 더 많다. 하루에도 수십권의 책이 나오는 현 상황에서 책을 잘 고르는 일은 정말 일이다. 출간되는 혹은 출간된 모든 책을 다 읽어볼 수는 없기에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할 때 내가 읽어본 책들 중에서 추천해 줄 수 밖에 없다. 책 추천은 참 조심스럽다. 나는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하더라도 상대에게는 재미없는 책일 수 있다. 상대의 성향을 어느 정도 아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고심 끝에 '이런 책이 당신에게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해 추천하면 고마워하며 잘 읽는 사람은 생각보다 매우 드물며 오히려 재미없다는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 책을 추천하는 일은 생각보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짜고짜 나에게 인생 책이 무엇이냐며 묻는 이들이 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나의 인생 책은 '카네기 인간관계론'이라 말한다. 사람에 대해 궁금하고 잘 지내고 싶었던 시절, 나에게 이 책은 참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인간 관계의 기본에 대해 깨달음을 얻은 책이다. 그래서 내가 인생 책이라고 추천할 때 나의 경험담과 함께 이 책을 추천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책을 읽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 사람에게는 본인의 관심사가 아니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내가 내린 잠정 결론으로는 그 사람들이 정말 책에 대해 관심이 있어 물어봤다기 보다는 책이라는 주제에 대해 마땅히 어떤 질문은 해야할지 몰라 선택한 질문일 뿐이다. 혹은 아무런 이유없이 그냥 물어본 것이다.

어쩌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인 아내가 책 추천에 있어 가장 까다롭다. 가장 빠르고 명확한 피드백을 나에게 선사한다. 내가 정말 재미읽게 읽은 책만 아내에게 추천하는 편이다. 이유는 경험의 누적이다. 내가 어느 정도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아내에게 몇 권을 추천했다. 그런데 아내는 자신과는 맞지 않다며 읽다가 포기하곤 했다. 정말 중요한 내용은 뒷 부분에 있는 책이기에 조금만 더 읽어 보라며 달래봐도 이미 책에서 마음이 떠나버렸다. 결혼 전에는 아내와 같은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로망이 있었는데 이미 붙잡을 수 없는 신기루가 되었다.

 

'기묘한 러브레터' 반전 소설을 아내에게 추천했다. 나는 아내에게 정말 강력 추천한다며 만족할 거라며 나는 별 다섯개를 주어도 모자라다며 책을 건냈다. 가독성, 스토리, 반전 등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소설이었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아내도 역시나 이 책이 추천할만 하다며 칭찬을 했다. 허나 나와는 그 평가가 조금 달랐다. 아내는 별 다섯개 중에 별 네 개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유를 물었다. "페이스북 메세지를 주고 받을 때 누가 그렇게 장황하게 글을 쓰겠어?" 라며 아내가 말했다. '기묘한 러브레터'에서 과거의 연인이었던 두 사람이 페이스북 메세지를 주고 받는게 가장 큰 맥락인데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도 '알라딘'에서도 다 말도 안되는 설정에 기반한 이야기지만 그 스토리, 반전, 향수 등을 이유로 별 다섯개를 준다. 그런데 왜 '기묘한 러브레터'에는 별 다섯개를 줄 수 없다는걸까. '며칠 전 다툰 이유 때문인가?', '그저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니면 '그냥?'. 이토록 책을 추천한다는 것은 소심이를 더욱 소심하게 하거나 사람의 마음을 피폐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서재의 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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