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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기/일상 에세이

동그라미 그리고 어른

by 심찬 2021. 1. 20.


8607님께 안녕하세요? 김창완입니다. 뼈가 드러나게 살이 빠지셨다니 제가 다 안쓰러운 기분이 듭니다. 근데 너무 예민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완벽주의거나 세상살이라는 게 그렇게 자로 잰 듯 떨어지지 않습니다. 좀 여유롭게 생각하세요. 제가 지금부터 동그라미를 여백이 되는대로 그려보겠습니다. ooooo... (47개) 마흔 일곱 개를 그렸군요. 이 가운데 v 표시한 두개의 동그라미만 그럴듯합니다.
회사생활이란 것도 47일 근무 중에 이틀이 동그라면 동그란 것입니다. 너무 매일 매일에 집착하지 마십시요. 그렇다고 위에 그린 동그라미를 네모라고 하겠습니까 세모라고 하겠습니까? 그저 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들입니다. 우리의 일상도~


-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의 김창완 20141204

 

 

하루에 하나씩 동그라미를 정성스레 그린다고 하면, 한 달 중 가장 예쁘게 그린 동그라미가 몇 개나 될까.

모두 다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그 중 몇 개가 마음에 들어야 만족스러울까.

 

어린 아이는 지나가는 어른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만 잘해도 칭찬을 받았다.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잘 정리하기만 해도 칭찬을 받았다.

받아쓰기 점수 100점을 맞으면 칭찬을 받을 것이란 기대에 집으로 가는 길이 가볍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칭찬을 받지 못한다.

 

어른이 되고 부터일까.

우리는 어른이 되어 하루를 평가하고 몇 점일지에 전전긍긍한다.

실수는 불안을 만들고 긴장하게 하고 시야를 좁게 만든다.

작은 동그라미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삐죽 튀어나온 곳만을 바라본다.

유난히 찌그러진 동그라미가 마음에 걸려 다른 예쁜 동그라미들을 보지 못한다.

 

우리는 더이상 칭찬을 받기 힘들다.

칭찬을 받지 못하지만 이제는 누군가에게 칭찬할 수 있게 되었다.

어른이 되면 우리는 칭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모든 동그라미에게 잘했다고 칭찬할 줄 알아야 한다.

칭찬을 받는 것에 목마르지만 우리는 칭찬하기에 더욱 익숙해져야 한다.

 

진심어린 칭찬이 필요한 세상이다.

지나가는 아이에게 인사를 잘한다고 너그러이 칭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주변 사람들의 사소한 선행에 칭찬하는 너그러움이 필요하다.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어간다.

 

2021.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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