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다. 사상 초유의 사태, 강한 전염력, 마스크 대란 등 매일 코로나 관련 새로운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불과 한 달 전에는 하루 10명 남짓 확진자가 늘어나고 통제가 되는 듯 했으나 한 명의 슈퍼 전파자의 활약으로 지금은 하루가 지나면 1000명의 확진자가 늘어난다. 오늘은 200명 정도로 코로나 확진자 상승세가 주춤했다며 희망의 메세지를 보낸다.
2주 전부터 코로나 여파로 회사는 전면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스웨덴, 캐나다, 폴란드, 중국, 일본, 한국 등 통신연구 개발을 주축으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노트북과 랜선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다. 다른 시간대의 개발자들과 협업이 필요하기에 온라인 컨퍼런스 콜이 생활화 되어있다. 다른 회사에 비해 재택근무 도입이 수월했다.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며칠은 마냥 신났다. 출퇴근을 하며 버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었고 집에서 일한다는 자체로 기분이 좋았다. 플렉서블 타임제도가 이미 활성화 되어 있어 출퇴근이 자유롭고 아침 10시 회의만 참석하면 되는 것이다. 자유롭되 성과만 확실하게 내면 된다. 내 시간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는 부푼 기대감이 나를 압도했다.
천금같은 이 기회를 잘 활용하려 했다. 몰래 게임도 하고 책도 좀 읽고 쉬엄쉬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은 정 반대였다. 서로 대화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메신저가 개미 지옥이 되어 하루 종일 울려대고 있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는데도 왜 응답이 없느냐며 자는거냐며 감시아닌 감시를 하게 된다.
일이 조금 여유로운 시기였다면 참 좋았을 것을 한참 바쁠 때 시작된 재택근무는 나를 스스로 야근하도록 만들었다. 재택근무 중에는 야근 신청이 불가하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정상 출근을 했더라면 야근 수당을 상당량 챙길 수 있는데 이마저도 받을 수 없다니 뭔가 함정에 빠진 기분이다.
재택근무 시작에 들뜬 나의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빨리 정상 출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불편한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점심 시간이 되면 내가 직접 밥을 차려 먹어야 한다. 며칠 배달 시켜서 점심을 해결했으나 최소 배달 비용이 살짝 부담스럽다. 어제 먹다 남은 김밥에 계란물을 입혀 굽고 컵라면과 함께 먹었다. 내가 직접 해먹으니 뭔가 맛있는듯 하면서도 부족하고 불편하다. 사람 참 간사하다. 회사 식당에서 입 안에 욱여 넣던 맛없던 타인이 조리해준 그 밥이 그리워진다.
아내 회사는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는다. 이 또한 나에게 불행이다. 아내는 이러한 나의 사정은 모르고 자신도 재택근무가 하고 싶다며 나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아내의 마음에 다행이 공감은 된다. 아내가 내 옆에서 함께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다행이 어린이집은 긴급보육을 시행한다. 네 살 딸 아이가 어린이집을 좋아해서 다행이다. 어린이집 긴급 보육이 없었다면 내가 돌봐야 했으려나. 일은 바쁜데 아이가 놀아달라고 보챌 상황이 아득하다. 며칠 어머님과 처제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맡길 수도 있겠으나 언제까지 장기화될지 모르는 상황에 죄송한 마음이 클 것이다.
집돌이 성향의 내 자신도 계속 집에서만 머무니 좀이 쑤신다. 밖으로 나가기 좋아하는 아내는 점점 짜증이 늘어만 간다. 어서 코로나가 종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0.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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