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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기/일상 에세이

꾸준히 글쓰기

by 심찬 2019.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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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일기 쓰기는 모두가 해봤을 것이다. 나는 일기 쓰는 일이 정말 싫었다. 왜 이렇게 매일 하루에 있었던 일을 적으라 하는 것인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이유를 이제는 이해한다. 매일 글을 적다보면 글 쓰는 실력이 늘어난다. 글을 쓰면 사소한 것이 특별한 것으로 변한다. 또한 그 사소한 습관은 우리를 작가로 만들 수도 있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어봤다. '내 안에 잠든 작가의 재능을 깨워라', ' 책쓰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하루 1시간, 책쓰기의 힘' 등의 책을 읽었다. 언젠가 내 이름 석자가 적힌 내 책을 내고 싶다는 열망에 읽었다. 이 책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매일 글을 쓰라고 한다. '나는 직장인이고', '시간이 없고', '매일 바쁘고' 라는 핑계는 잠시 접어 두고 하루 30분 혹은 1시간의 글쓰기 시간을 확보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냥 글을 쓰면 된다. 글쓰기를 하는 자체로 글쓰는 방법을 스스로 익혀가고 성장할 수 있다. 정확한 글을 쓰기 위해 맞춤법을 찾기도 하며 새로운 표현들을 익히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정보들을 사실 몰라도 되는 것들이며 글쓰기에 있어 큰 의미가 있지 않다. 틀린 맞춤법은 나중에 고치면 된다. 정말 매일 글을 쓰다보면 어떤 점이 좋은 걸까?

지금 한 가지 후회하는 일이 있다. 우리에게 아기가 생겨난 10달의 시간과 아기가 태어난 1년의 시간을 글로 적지 못했던 일이다. 아내의 임신 테스트기가 빨간 두 줄을 보였을 때, 뱃 속의 아기가 처음으로 발길질을 했을 때,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의 기쁨과 두려움, 아기를 보느라 잠 못 이루는 하루하루 등 행복하고도 힘들었던 그 순간의 감정들은 설명하기 어려운 감격의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감정들을 당시 글로 남기지 못했다. 감정을 글로 남겨 두지 않았음에 아직도 후회한다. 그 당시의 감정을 지금 글로 적어보라하면 참 힘들다. 지금 그 감정을 그대로 재연할 수도 없으며 힘들게 끄집어 내더라도 분명 내가 경험했던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정말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인지 그런 감정을 가졌다는 착각을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실제 내 감정이 아닌 창작 작품이 되는 것만 같다. 소설이 아닌 실제 감정을 적고 싶은 거다.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감정을 오롯이 글을 적어 두었으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하고 후회한다. 지금 와서 하는 이 후회가 소용없다. 이미 늦어버렸다.

글쓰기는 책을 내기 위해서만이 아닌 내 자신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면 내 머릿속이 정리가 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경험을 한다. 누군가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한 기분이랄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적다보면 자연스럽게 가다듬어지고 되고 논리 정연하게 정리가 된다. 또 글을 적음으로 인해 논리 정연한 말하기를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글을 쓰면서 나의 부족한 점이 보이며 고칠 점을 깨닫게 된다. 글을 쓰면서 내가 가진 논리의 빈약함을 파악하고 내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글로 옮겨 적으면 된다. 정말 간단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매일 시간을 내어 글을 적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쉽지 않지만 도전해 보기로 한다. 누군가를 위해서 글을 쓰기가 아닌 내 자신을 위해서 쓰는 글이다. '나중에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라는 감상에 젖어 볼 수도 있고, 과거를 회상할 수도 있는 나만의 도구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보관하면 나중에 그 사진을 열어 보면서 기억을 소환하고 행복한 감정을 끄집어 낸다. 사진을 보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이 바로 글을 쓰는 것이라 생각한다. 감정을 그대로 집약시켜 쓰는 나의 글은 시간이 흘러 읽었을 때 또 다른 감정을 불러오며 과거를 회상하는 좋은 재료가 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오늘도 글을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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